날이 제법 화창해진 6월 1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충남 태안 마검포항으로 차를 달렸습니다. 차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갯내음이 오늘따라 예사롭지 않더군요. 물때와 조류 흐름을 보니 베테랑의 촉으로 볼 때 분명 '한 마리는 온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대광어의 묵직한 입질을 기대하며 팀바이트호에 몸을 실었을 때의 그 두근거림은 20년 넘게 낚싯대를 잡아도 매번 새롭기만 합니다.
배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의식, 바로 오늘 나의 손발이 되어줄 태클 점검입니다. 광어다운샷의 핵심인 웜 선택에 공을 좀 들였는데요. 물색과 조도를 고려해 선택한 오렌지빛 웜이 수심 깊은 곳에서 대광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아주길 기도해 봅니다. 장비를 세팅하며 바다를 바라보는 이 시간이 낚시꾼에게는 가장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자 전투 준비 완료의 순간이죠.
본격적으로 포인트에 진입하기 전, 무장한 제 모습입니다. 자외선 차단을 위해 버프와 선글라스로 중무장했지만, 그 너머로 보이는 눈빛만큼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죠. 오늘 바다가 어떤 녀석을 내어줄지, 아니면 겸손을 배우게 할지 궁금해지는 아침입니다. 선장님의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첫 캐스팅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바다의 기운을 한껏 느껴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선상 낚시라고 예외일 순 없죠. 본격적인 입질 타임이 오기 전, 선장님이 준비해주신 따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웁니다. 새벽 공기를 뚫고 달려온 피로가 이 국물 한 모금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에요. 선상에서 먹는 밥은 왜 이렇게 맛있는지, 밥알 하나하나에 바다의 낭만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배도 부르니 제대로 한번 긁어봐야죠!
드디어 오전 7시, 바닥을 툭툭 치던 웜에 묵직한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토오옥-' 하는 예민한 반응 뒤에 드랙을 찌이익- 풀고 나가는 이 짜릿한 손맛! 조심스럽게 랜딩에 성공해 배 위로 올린 녀석은 뽀얀 배를 드러낸 62cm 대광어였습니다. 이 녀석 이후로 입질이 뚝 끊겨버려 아쉬움은 남았지만, 6짜가 주는 묵직한 무게감은 역시 광어다운샷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전 피딩 타임이 지나고 입질이 뜸해질 무렵, 팀바이트호의 특급 간식 타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니, 선상에서 이런 고퀄리티 떡볶이를 맛볼 수 있다니요! 매콤달콤한 소스가 입에 착착 감기는데, 고기가 안 잡혀서 살짝 시무룩해졌던 마음이 다시 불타오르더군요. 낚시 이웃님들, 이 맛 때문에라도 이 배는 꼭 다시 타야 할 것 같습니다. 입이 즐거우니 꽝의 아쉬움도 넉살 좋게 넘기게 되네요.
점심시간이 되자 이번에는 제대로 된 김치볶음밥이 등장했습니다. 예쁘게 올라간 계란후라이에 시원한 음료까지 곁들이니 이건 뭐 낚시하러 온 건지 식도락 여행을 온 건지 헷갈릴 정도예요. 비록 오전 7시 이후로는 바다가 입을 꽉 다물었지만, 이렇게 대접받는 기분으로 낚시를 하니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팀바이트호 선장님의 정성이 가득 담긴 도시락 덕분에 오후 낚시를 이어갈 힘을 얻어봅니다.
철수길에 마지막으로 챙겨주신 핫도그까지! 먹을 걸 너무 많이 주셔서 '사육당하는 낚시'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오늘 최종 조과는 62cm 광어 한 마리로 마무리했지만, 바다가 내어준 귀한 선물 하나면 충분합니다. 꽝을 치더라도 허허 웃으며 돌아갈 수 있는 여유, 그것이 바로 낚시 마스터의 자세 아니겠습니까? 더 많은 조행기나 낚시 수다는 아래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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