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저 설레던 5월 18일, 새벽 공기를 가르고 동해 묵호항으로 달려갔습니다. 오랜만에 나홀로 출조를 결심하니 코끝을 스치는 갯내음이 평소보다 더 진하게 느껴지더군요. 오늘은 또 바다가 어떤 인연을 내어줄지, 베테랑의 촉이 발동하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순간입니다.
새벽녘 묵호항의 고요한 풍경입니다. 배에 오르기 전, 항구의 불빛이 물결에 부서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비장함마저 감돌죠. 출항을 기다리며 채비를 점검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낚시꾼에게는 가장 행복한 명상의 시간이 아닐까 싶네요.
드디어 배에 올라 자리를 잡아봅니다. 멀리 보이는 항구의 야경이 마치 배웅을 해주는 듯하네요. 오늘 공략할 포인트는 조류의 흐름이 살아있는 곳이라, 광어 캐스팅 낚시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손바닥이 근질근질합니다.
영재호의 넓은 데크는 캐스팅하기에 참 쾌적한 구조입니다. 발판이 편안해야 장시간 이어지는 캐스팅 게임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거든요. 오늘 저의 든든한 조우가 되어줄 영재호의 앞마당을 보니 오늘 조과가 왠지 기대됩니다.
옆 라인을 따라 길게 뻗은 통로 역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낚시를 하다 보면 이동 동선이 꼬이는 게 제일 짜증 나는데, 이곳은 그런 걱정 없이 오직 손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 마음이 놓입니다.
선실 입구에는 시원한 생수와 음료가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네요. 낚시는 결국 체력 싸움이라 중간중간 수분 보충은 필수죠. 선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공간이라 첫인상부터 아주 합격점입니다.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선실 내부인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유니언 잭 카펫이 깔린 세련된 분위기에 에어컨까지 빵빵해서 여름에도 걱정 없겠더군요. 낚시 배가 이렇게 감성 넘쳐도 되는 건지, 선장님의 센스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출출함을 달래줄 셀프 코너도 아주 야무지게 갖춰져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와 커피, 뜨거운 물까지 완비되어 있어 낚시 중간에 마시는 믹스커피 한 잔의 여유를 제대로 누릴 수 있죠. 물 위에서 먹는 커피 맛은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드디어 첫 수! 앙칼진 입질과 함께 올라온 광어입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거칠게 저항하는 녀석을 보니 오늘 활성도가 나쁘지 않네요. 캐스팅 후 바닥을 찍고 살짝 호핑을 줬더니 바로 토오옥 하고 때려주는 입질이 환상적이었습니다.
연이어 뜰채에 담긴 녀석입니다. 씨알도 적당하고 빵도 좋아서 들어올릴 때 묵직함이 손목을 타고 그대로 전해지더군요. 오늘 총 5광을 기록했는데, 고기가 물어주는 그 찰나의 순간은 20년을 해도 매번 짜릿하기만 합니다.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는 화장실도 정말 청결합니다. 사실 선상 낚시에서 가장 고충이 큰 부분인데, 이렇게 깨끗하게 관리되는 곳이라면 여성분들이나 초보자분들도 마음 편히 출조를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