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같은 거짓말이 현실이 되었던 지난 4월 1일, 속초항의 새벽 공기를 마시며 철산호에 몸을 실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잘 나오던 대구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는 불길한 소문이 돌았지만, 베테랑의 촉으로 '그래도 내 고기 한 마리는 있겠지' 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조를 시작했어요. 차 문을 열 때 느껴지는 알싸한 갯내음과 엔진의 묵직한 진동이 오늘따라 유난히 쫄깃하게 다가오는 새벽이었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속초항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철산호의 모습입니다. 선실의 붉은 조명과 푸른 선체가 대조를 이루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더군요. 장비를 챙겨 배에 오르니 오늘 함께 고생할 조사님들의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20년 넘게 물가를 누볐지만, 출항 직전 이 배 위에 서 있을 때의 두근거림은 언제나 처음처럼 신선하고 즐겁습니다.
오늘의 메인 채비는 예민한 입질을 받아내기 위한 핑크색 웜을 장착한 광어 다운샷입니다. 수온이 차고 고기들의 활성도가 낮을 때는 이렇게 시인성 좋은 컬러가 확실히 유리하죠. 연질 로드에 150g 헤드를 조합해 아주 미세한 토오옥- 하는 입질까지 잡아내겠다는 각오로 꼼꼼하게 채비를 점검해 보았습니다.
포인트로 향하는 동안 로드 거치대에 나란히 꽂힌 장비들을 보니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오늘 저는 부드러운 다운샷 채비를, 함께 온 지기는 화려한 대구라바를 선택해 은근한 자존심 대결을 펼치기로 했거든요. 낚시라는 게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날의 물때와 채비 궁합이 승패를 가르는 법이라 지기와의 대결 결과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지기의 비장의 무기, 반짝이는 골드 대구라바입니다. 수심 깊은 곳의 대구들을 유혹하기 위해 찬란한 빛을 내뿜는 녀석이죠. 다운샷이 정교한 유혹이라면 대구라바는 화려한 도발이라고 할까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채비 중 과연 바다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드랙을 미리 조절하며 입질의 순간을 기다려 봅니다.
드디어 수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장엄하게 떠오릅니다. 바다 위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언제 봐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풍경이죠. 며칠간 대구들이 자취를 감췄다는 소문이 무색하게, 저 햇살이 바닷속 깊은 곳까지 닿아 대구들의 식욕을 깨워주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이 맛에 고생스러워도 새벽같이 속초 낚시를 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입질이 뜸해지자 낚시꾼 특유의 넉살을 부려봅니다. 떠오르는 해를 손가락 사이에 쏙 집어넣어 보며 만우절의 여유를 즐겼죠.
바다 위에서 먹는 컵라면은 그야말로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맛입니다. 쪼그려 앉아 후루룩 들이키는 뜨끈한 국물에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더군요. 고기가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나누며 웃을 수 있는 게 바로 낚시의 낭만이자 진정한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진한 손맛을 선사하며 대구가 얼굴을 보여줬습니다! 찌이익- 드랙을 풀고 나가는 녀석의 저항에 심장이 터질 듯 뛰었네요. 봉지에 담긴 녀석의 듬직한 자태를 보니 오늘 하루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비록 대박 조황은 아니었지만,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상어를 만났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포인트 이동 중에 만난 거대한 GNL 페리의 모습입니다. 우리 배 옆을 지나는 웅장한 선체를 보니 바다의 거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더군요. 낚싯대를 잠시 내려놓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거대한 배가 만드는 하얀 물보라를 구경하는 것도 선상 낚시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힘겨운 싸움 끝에 지기와 함께 쌍걸이 조과를 인증하며 오늘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사라진 대구들 때문에 고전했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는 꾼의 집념이 승리했네요! 오늘 맹활약한 채비는 다운샷 연질로드에 150g 헤드, 40호 봉돌 조합이었습니다. 다음번에는 더 넉넉한 쿨러 조행기로 찾아뵐게요. 더 많은 수다는 아래에서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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